정원탐방

부암동 산자락, 검은 프레임 속 차경을 찾다

February 6, 2026

유튜브로 만나는 정원가 탐구생활

 

인왕산 자락 아래, 좁다란 골목을 굽이굽이 오르다 보면 바람조차 결이 다른 부암동의 어느 집을 마주하게 됩니다. 처음으로 단독주택에 살게 된 한 가족의 설렘이 담긴 이곳에서, 저는 정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가만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꽃 한 송이보다 먼저 온 돌계단과 풍경

건축주께서는 처음에 그저 마당에 초록색이 가득하고 예쁜 꽃들이 피어나면 그만이라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원가 오태현 작가의 손길이 닿자, 그저 흙바닥이던 공간은 어느덧 삶의 풍경으로 변모하기 시작했습니다.

험난한 경사지 때문에 커다란 돌들을 들여오는 것조차 녹록지 않았지만, 묵직한 돌계단이 제자리를 찾아 안착하던 그날의 기쁨을 건축주는 잊지 못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돌을 쌓은 것이 아니라, 가족의 일상을 북한산의 장쾌한 풍경 속으로 잇는 소중한 통로였기 때문입니다.

 

검은 펜스, 반전의 미학

이 정원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검정 펜스입니다. 툭 터진 조망을 원했던 건축주에게, 전문가인 오 소장은 오히려 나무로 전체를 막고 검은색을 칠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던졌습니다.

"정말 검은색으로 다 막으신다고요?"

반신반의하며 믿고 맡긴 그 끝에 마주한 풍경은 실로 경이로웠습니다. 검은 펜스는 어지러운 전봇대와 전선을 가려주는 든든한 가림막이 되었고, 그 검은 바탕 위에 북한산의 초록은 마치 갓 그려낸 수묵화처럼 더욱 선명하고 그윽하게 살아났습니다. 전문가의 안목이란, 이렇듯 우리가 보지 못하는 너머의 시간을 미리 보는 힘인가 봅니다.

 

 

채널그린이 잇는 것은 마음입니다

저희 채널그린은 그저 정원 전문가를 연결하는 플랫폼에 머물고 싶지 않습니다. 실력은 출중하나 아직 세상에 덜 알려진 이름 없는 작가들의 진심을, 내 집 마당에 소중한 꿈을 심고 싶은 정원주의 간절함과 잇는 길이 되고자 합니다.

정원은 단순히 꽃을 심는 토목 공사가 아닙니다. 안에서 밖을 보는 시선을 배려하고, 밖에서 집을 보는 품격을 세우며, 최소한의 관리로도 자연의 순리를 누리게 하는 세심한 배려의 예술입니다. 부암동의 이 정원처럼 말이지요.

 

당신의 삶에도 정원이 스며들기를

뒷마당의 비밀스러운 숲정원에서 가족들이 도란도란 바비큐 파티를 열고, 계절마다 피고 지는 숙근초들의 소박한 인사를 받는 일상. 이 따뜻한 변화가 여러분의 공간에서도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부암동 정원의 더 생생한 이야기는 유튜브 채널 [채널그린]의 영상으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나만의 작가를 찾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 저희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정원은 집의 완성이자, 삶의 가장 아름다운 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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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자

채널그린 대표
前 환경과조경, 라펜트 기자
- LH가든쇼,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기획운영

kgarden@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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